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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후기

무진기행

by yb오늘의기록 2025. 11. 17.

 

그 여자가 자기 자신에게 그런 약속을 시킨 맨 처음의 동기는, 그 뒤에 그 약속이 나타낸 효과와는 정반대였다.

즉, 밤거리에서 자기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내의 얼굴을 그 여자가 애써 보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사내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 여자의 생각으로는, 만일 자기가 남자라면, 밤거리에서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지나가는 여자를 붙들어 세웠더니 그 여자가 차마 자기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묵묵히 서 있기만 하는걸 보면 없던 용기가 부쩍 솟으며 이젠 사태가 진담이기만 할 뿐이라는 즐거운 절박감조차 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만일 자기가 남자라면, 그렇다, 더 이상 군말 없이 그 여자의 손목을 잡아끌고 가리라. 끌고 가리라.

그러나 그 여자의 침묵과 외면이 사내에게 작용한 결과는 번번이 사내로 하여금 불안과 경계심으로 떨게 할 뿐이었다.

그 여자가 만났던 사내들 중에서 가장 뻔뻔스럽다고 생각되는 사내도, "뭐 이런게 있어? 벙어린가?" 하며 슬슬 물러가 버렸던 것이다.

예상과는 전연 반대로 나타난 이 효과에 대하여 그러나 현주는 결코 불만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 때문에 많은 것을 절약할 수 있음을 알고 기뻤다.

시간도, 말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말을 붙여 오는 그 사내가 자기에게 필요한 사내인가 아닌가 하는 것을 알아보기 위한 노력이 절약된다는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

만약 그 사내가 말을 걸어오던 처음부터 그의 얼굴을 보았음으로써 이내 그 여자를 사로잡았더라면 아마 그 여자는 자기 쪽에서 먼저 사내에게 팔을 내밀어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치 극장에서 스크린을 향하여 팔을 내밀 뻔했듯이, 사실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있었다.

-> 여자가 바라는 남자의 태도를 볼 수 있음, 나를 리드해주고 장악해주기를 원함

3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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