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라는 직업에 이기고 지고 하는 일이란 없다.
판매 부수나, 문학상이나, 비평을 잘 받거나 못 받거나 하는 일은 뭔가를 이룩했는가의 하나의 기준이 될는지는 모르지만, 본질적인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자신이 쓴 작품이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도달했는가 못했는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일이며, 그것은 변명으로 간단하게 통하는일이 아니다.
타인에 대해서는 뭐라고 적당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는 없다.
-26p-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할 수는 없다.', 쉽게 말하면 그런 뜻이 된다.
가게를 경영하고 있을 때도 대체로 같은 방침이었다.
가게에는 많은 손님들이 찾아온다.
그 열 명 가운데 한 명이 '상당히 좋은 가게다, 마음에 든다, 또 오고 싶다' 라고 생각해주면 그것으로 족하다.
열 명 중에 한 명이 단골이 되어준다면 경영은 이루어진다.
거꾸로 말하면 열 명 중 아홉 명의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 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나 그 '한 사람' 에게는 철저하게 마음에 들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경영자는 명확한 자세와 철학 같은 것을 기치로 내걸고, 그것을 강한 인내심을 가지고 비바람을 견디며 유지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가게를 경영하면서 내가 몸소 체득한 것이었다.
-66p-
그런데 의지가 강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매일 계속 달린다는 것과 의지의 강약과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는 느낌마저 든다.
내가 이렇게 해서 20년 이상 계속 달릴 수 있는 것은, 결국은 달리는 일이 성격에 맞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그다지 고통스럽지는 않다' 고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좋아하는 것은 자연히 계속 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계속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거기에는 의지와 같은 것도 조금은 관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 해도, 아무리 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오래 계속할 수는 없다.
설령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오히려 몸에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
만약 긴 거리를 달리는 것에 흥미가 있다면, 그냥 놔둬도 그 사람은 언젠가 스스로 달리기 시작할 것이고, 흥미가 없다면 아무리 열심히 권한다고 해도 허사일 것이다.
-73p-
오히려 '설령 오래 살지 않아도 좋으니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온전한 인생을 보내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달리고 있는 사람이 수적으로 훨씬 많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같은 10년이라고 해도, 멍하게 사는 10년보다는 확실한 목적을 지니고 생동감 있게 사는 10년 쪽이, 당연한 일이지만 훨씬 바람직하고, 달리는 것은 확실히 그러한 목적을 도와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128p-
그에 비하면나는, 내 자랑을 하는 건 아니지만, 지는 일에 길들여져 있다.
세상에는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산만큼 있고,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산더미처럼 있다.
-145p-
'나는 인간이 아니다. 하나의 순수한 기계다. 기계니까 아무것도 느낄 필요가 없다. 오로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이 말을 머릿속에서 만트라처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풀이 했다.
글자 그대로 '기계적'으로 반복한다.
그리하여 자기가 감지하는 세계를 되도록 좁게 한정하려고 애쓴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겨우 3미터 정도 앞의 지면으로, 그보다 앞은 알 수 없다.
내가 당면한 세계는 기껏해야 3미터 앞에서 끝나고 있다.
그 앞의 일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늘도, 바람도, 풀도, 그 풀을 먹는 소들도, 구경꾼도, 성원도, 호수도, 소설도, 진실도, 과거도, 기억도, 나에게 있어서는 더 이상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물인 것이다.
여기서부터 3미터 앞의 지점까지 다리를 움직인다 - 그것이 나라고 하는 인간의, 아니 아니지, 나라고 하는 기계의 작은 존재 의의인 것이다.
-171p-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내가 좋아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좋아서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
설사 다른 사람들이 말려도, 모질게 비난을 받아도 내 방식을 변경한 일은 없었다.
-228p-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 고통을 통과해가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에서 자신이 살고 있다는 확실한 실감을, 적어도 그 한쪽 끝을, 우리는 그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산다는 것의 성질은 성적이나 숫자나 순위라고 하는 고정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위 그 자체 속에 유동적으로 내포되어 있다는 인식에 다다를 수도 있다.
-256p-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257p-
이제까지 세계 여러 나라의 길 위에서 스쳐 지나며 레이스 중에 추월하거나 추월당해 왔던 모든 마라톤 주자들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만약 그 주자 여러분이 없었다면, 나도 아마 이렇게 계속 달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2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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